[칼럼] 장애인 자립, 거주 시설에서 지원주택으로

[칼럼] 장애인 자립, 거주 시설에서 지원주택으로

[칼럼] 장애인 자립, 거주 시설에서 지원주택으로 773 538 관리자

 

장애인 자립, 거주 시설에서 지원주택으로

 

글. 엔젤스헤이븐 조준호 대표

 

장애인복지의 이념은 사회통합(integration)과 포용(inclusion)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은 삶을 지향하는 이념으로 한국 사회는 계속해서 좋아지고 있습니다. 40년 전 엔젤스헤이븐이 장애인 거주시설인 은평재활원을 설립할 때는 장애인을 위한 복지서비스가 전무하여 장애인 가족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 예로 아버지가 공무원이었고, 자녀 세 남매 중 둘째가 중증의 장애인인 가족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당직 중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게 되자, 가족의 생계를 챙겨야 했던 어머니는 둘째인 장애자녀를 시설에 맡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많은 경우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버려져서 시립아동병원을 통해서 시설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40년이 지나는 동안 한국 사회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이 되었고, 장애인의 복지도 엄청난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중에 장애인 거주시설에 “탈시설”이라는 변화의 요구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평생을 타인의 허락과 관리 아래 살아야 하는가?를 우리 사회에 물었을 때, 이제는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장애 분야의 목소리에서 사회의 상식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지원주택’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엔젤스헤이븐은 2013년부터 장애인 가족과 거주시설이 함께 그 대안을 찾기 위해서 여러 실천들을 해오고 있습니다. 2016년 장애인 부모협동조합과 지원주택 설명회를 시작으로 2019년에는 서울시 공동모금회 지원사업으로 거주시설 장애인과 재가 장애인 12명의 자립과 삶을 지원하는 지원주택 사업을 3년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서울시 지원주택 센터 위탁으로 최중증 장애인(30가구)의 지역사회 거주를 위한 사업을 시작하였고, 내년에는 사회주택 아이부키와 함께 장애 청년과 비장애 청년이 함께 사는 다다름하우스(52가구)를 운영하게 됩니다.

이러한 지원주택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엔젤스헤이븐의 은평재활원과 은평기쁨의집도 더 이상 거주시설이 아닌 “집”이나 “중간 집”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이것은 엔젤스헤이븐이 위치한 은평구의 거주 서비스가 서비스가 필요한 모든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서비스로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장애가 심하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모든 부담을 지우는 사회, 그리고 그 부담이 가족의 한계를 초과했을 때는 시설에 입소해야 하는 사회는 복지국가가 아닙니다.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은 삶의 기본은 주거에 있습니다. 내가 내 삶을 결정할 수 있느냐의 여부, 그것이 기존의 서비스인 장애인 거주시설과 장애인 지원주택을 가르는 일차적인 기준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엔젤스헤이븐의 은평재활원과 은평기쁨의집은 법인과 시설이 함께 거주시설에서 집으로, 지역서비스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장애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도, 장애가 심한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적응하면서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주택만 주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르는 지원(supportive)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그 서비스는 무미건조한 서비스가 아니라 사람이 있는 서비스입니다. 돈을 벌기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장애인의 존엄과 행복한 삶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하고,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실업에 처하기도 합니다. 의료 지원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돈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지역의 공동체가 하고 있습니다. 엔젤스헤이븐 내의 서울재활병원, 지역사회의 살림의료협동조합, 은평구의 보건소, 무엇이든 협동조합 등 필요한 서비스 관련 지역네트워크가 함께합니다.

지역에서 함께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그 변화는 “느슨한” 지역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옆집 이웃과 눈인사하는 사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주민들과 서로 인사하면서 알아가는 사이가 되는 것, 같은 동의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는 것을 보았는데 어느새, 대학생이 된 것을 보며 축하해주는 관계, 엘리베이터에서 휠체어 탄 장애 아이를 만나고 그 가족을 만나며 그들의 아픔에 공감해주는 관계! 모르는 사람에게는 냉정할 수 있고, 그 사람이 나와 가까이한다는 것이 두려울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알게 되면 받아들일 수 있고(포용), 함께할 수 있을 것(사회통합)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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