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꾸’, 나를 긍정하는 작은 시작
서울재활병원 ‘휠꾸 워크샵’
‘휠꾸’를 아시나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폰꾸’(스마트폰 꾸미기)는 익숙하지만, ‘휠꾸’는 조금 낯선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휠꾸’는 ‘휠체어 꾸미기’라는 뜻으로 2022년 유튜브 ‘굴러라 구르님’ 채널에서 김지우님이 처음 소개한 단어입니다.
“나에게 휠체어는 휴대폰보다 훨씬 중요한 물건인데, 왜 한번도 꾸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이 의문에서부터 시작된 ‘휠꾸’는 휠체어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나를 표현하는 무대’이자 ‘자기 긍정의 수단’으로 만들었습니다.
서울재활병원에서는 장애 청소년들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자조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자조모임의 일환으로 진행된 ‘휠꾸 워크숍’은 ‘휠꾸’의 창시자 유튜브 ‘굴러라 구르님’ 김지우님이 직접 참여하여 아이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전달해 주었습니다.
‘휠토핑’과 함께하는 ‘휠꾸 워크숍’
지우님은 장애인의 일상과 경험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전달하는 유튜버이자, 에세이와 그림책을 쓴 작가 그리고 ‘휠토핑’의 제작자이기도 합니다.
‘휠토핑’은 지우님이 직접 제작한 휠꾸용 아이템으로, 토핑 올리듯 쉽게 휠체어를 꾸밀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해외에는 다양한 휠꾸 아이템이 있지만 한국에서 구하기 어렵거나, 비싼 가격과 큰 부피 때문에 특히 청소년들은 구매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기존 ‘휠꾸’ 제품으로 잘 알려진 ‘스포크 가드’(poke guard, 바큇살에 부착하는 둥근 모양의 판, 손가락이나 링거 줄 등이 끼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크고 무겁기에 휠체어 이용 당사자들이 직접 탈부착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휠토핑’은 작은 크기, 펠트와 밸크로 등의 가벼운 소재로 만들어져 있기에 휠체어를 탄 당사자들이 탈부착하기가 쉽고 보관도 용이합니다.
이번 워크숍은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휠꾸에 도전할 수 있는 이 ‘휠토핑’을 이용해 진행되었습니다. 각자 꾸민 휠체어를 자랑하며 서로의 작품을 비교하는 동안,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자기 긍정’을 만드는 ‘휠꾸’의 힘
“휠체어는 나의 일부이자 삶의 동반자예요. 꾸미는 과정에서 내가 좋아하는 색과 모양을 담으면 그 순간부터 휠체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작품이 됩니다.”
직접 꾸민 자신의 휠체어는 더 애착이 가고 자연히 아이들이 자신의 휠체어를 더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장애 청소년들의 자존감과 자기 긍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지우님은 역시 어린 시절, 오랜 기간동안 휠체어를 미워했다고 합니다. 남들과 다름을 드러내는 상징 같았고, 사진을 찍을 땐 일부러 휠체어를 숨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휠꾸’를 하고 나니 휠체어는 부끄럽고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개성이 되었습니다.
지우님은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데에 가장 중요한 태도로 ‘자긍심’을 꼽았습니다. 장애가 자랑스럽게 느껴지기란 쉽지 않지만,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장애를 긍정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휠꾸’는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내가 직접 꾸민 물건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 누구에게나 있는 그 자연스러운 마음이 내가 꾸민 휠체어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나아가 내 장애와 내 삶을 긍정하는 일이 되었다고 지우님은 말합니다.
“나와 비슷한 선배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린 시절부터 서울재활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지우님은 현재 서울재활병원 뇌병변장애 청소년 자조모임의 강사 그리고 서울재활병원 수도권 공공어린이재활관리협의회 위원으로도 위촉되어 활발히 활동하고 계십니다.
지우님이 이렇게 꾸준하고 활발히 활동하실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장애 청소년들입니다. 청소년 자조모임 강사로서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자신도 그 시절 “나와 비슷한 선배가 곁에 있었다면 얼마나 든든했을까”라는 아쉬움을 자주 떠올렸기에, 더욱더 아이들에게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먼저 길을 먼저 걸어본 선배로서, 지우님은 청소년들에게 작은 용기와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습니다. 곁에서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함께하는 마음은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서울재활병원 자조모임과 휠꾸 워크숍에서 피어나는 이 만남들이 아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더 당당하게 자신을 긍정하고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