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대피해아동 승연이, ‘가해자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도 괜찮을까요?
엔젤스헤이븐 학대피해아동 지원캠페인
엄마의 자해를 목격한 후 시작된 승연이의 트라우마
8살 승연이는 우연히 아빠의 핸드폰으로 걸려 온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은 낯선 여자였고, 승연이는 아무 생각 없이 그 내용을 엄마에게 전달했습니다. 엄마는 아빠에게 큰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격한 부부싸움으로 번졌습니다. 분노에 못 이겨 엄마는 부엌에서 칼을 꺼냈습니다.
언니는 급하게 어린 승연이를 품 안으로 숨겼지만, 엄마가 스스로를 찌르고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하고 말았습니다. 엄청난 충격에 온몸을 벌벌 떨고 있는 승연이를 향해 “너만 아니었어도!”라는 엄마의 원망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승연이는 엄마의 자해를 목격한 후 심한 트라우마와 우울증을 겪고 있습니다. 승연이는 그날을 떠올리며, 엄마를 아프게 한 것이 자기라고 탓합니다. ‘그날, 내가 전화를 받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가 엄마에게 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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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만, 그리운 엄마
엄마는 자해 후 병원에 입원했고, 아빠는 그 길로 집을 나갔습니다. 돌볼 사람 없이 방치되었던 승연이는 학대피해아동쉼터로 오게 되었습니다. 쉼터에 온 승연이의 머리는 심하게 엉켜 있었고, 선생님이 엉킨 머리를 자르려 하자 승연이는 엉엉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엄마랑 같이 기른 건데…”
자신을 돌보지 않은 엄마, 외면한 엄마. 그럼에도 승연이에게는 엄마를 향한 그리움이 남아있습니다. 승연이처럼 많은 학대피해아동들은 엄마, 아빠의 품과 익숙한 집을 그리워합니다. 아동학대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는 무려 85.9%.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 아동은 부모를 보호자이자 위협자라는 양가감정을 느끼고, 이는 성인이 되어도 불안정한 대인관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집에서 학대받은 아이, 집으로 다시 돌아가라고?
현행법제도상 ‘원가정 보호 우선주의’ 원칙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가정으로 돌아갑니다. 학대피해아동쉼터 퇴소 아동의 61.4%는 원가정 또는 친족 등으로 복귀하는데, 재학대의 97.4%는 부모에 의해 발생하고, 재학대 사례 중 89%가 원가정으로 복귀 후 발생합니다. 재결합 후 2~3년 이내에 재학대 발생 비율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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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집이 아닌, 안전한 집으로
승연이가 학대피해아동쉼터에서 생활하는 동안 심리치료를 받아 회복한다 해도 보호자가 바뀌지 않으면 학대는 반복됩니다. 그때마다 승연이는 더 깊은 상처와 트라우마 속에 갇히게 됩니다. 아이들이 학대의 트라우마에서 회복하고, 사회와 어른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꾸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엔젤스헤이븐은 학대피해아동들을 보호하는 아동푸른센터를 위탁운영 하면서 학대피해아동들을 위한 재학대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려 합니다. 승연이와 같이 가장 안전하고 행복해야 할 집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인 학대를 당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이 아이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안전한 집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