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봄자’의 마음을 돌보다-ACT for Caregivers
_서울재활병원 ‘제2회 장애인 가족 돌봄자를 위한 수용전념치료 국제 워크숍’
🌿누구나 ‘돌봄자’가 됩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을 돌보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린 자녀, 나이든 조부모님과 부모님, 병이나 장애가 있는 가족이나 연인을 돌보기도 합니다. 일시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결국 누구나 인생의 어느 순간엔 ‘돌봄자’가 됩니다.
하지만 돌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가족을 돌보느라 직장을 그만두거나, 휴식조차 가지지 못해 신체적·정신적 피로를 호소하는 보호자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돌봄’은 가족 안의 책임으로만 여겨졌기에, 이들이 겪는 고통은 쉽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 짊어지는 돌봄
서울재활병원은 지난 9월, 장애인 가족 돌봄자와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장애인 가족 돌봄자를 위한 수용전념치료(ACT for Caregivers)’의 제2회 국제 워크숍을 6일간 진행했습니다. 올해로 두번째를 맞이한 이번 행사는 장애인 가족이 겪는 심리적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이번 워크숍에는 장애인의 가족, 심리 및 가족지원 전문가, 지난해 수료자 등 총 52명이 참여했습니다. ‘장애인 가족 돌봄자를 위한 수용전념치료(ACT for Caregivers)’ 프로그램을 개발한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정신의학과 케네스 펑(Dr. Kenneth Fung) 교수가 직접 내한해 현장에서 워크숍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 ‘장애인 가족 돌봄자를 위한 수용전념치료(ACT for Caregivers)’은 무엇일까요?
‘장애인 가족 돌봄자를 위한 수용전념치료(ACT for Caregivers)’는 *수용전념치료(ACT)를 기반으로 한 장애인 가족 심리지원 프로그램으로, 보호자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심리적 유연성을 증진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ACT) : 불안과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심리적 유연성을 키우는 심리치료 기법.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회복 탄력성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수용전념치료(ACT)는 고통스러운 감정이나 생각을 피하거나 없애려고 할수록 심리적 고통은 더 심해지기에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인생의 고통을 수용하고 자기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찾아내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케네스 펑 교수는 ACT가 인간의 고통을 다루는 것에 매우 유용하기에 특정 질환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만이 아니라 인생에서 도전과 실패, 실수와 고통을 겪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장애인 가족 돌봄자에서 모두를 위한 돌봄자로
이번 워크숍은 전문 임상가와 장애인 보호자가 2인 1조가 되어 협력하는 형태로 진행하였습니다. 보호자가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동료 가족 나아가 지역사회 돌봄자를 지원하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한국 최초의 ‘ACT for Caregivers’ 공식 촉진자 12명이 탄생했습니다. 이들은 향후 동료 보호자와 지역사회 참여자를 대상으로 ACT 기반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부산과 대구에서 활동 중인 심리 전문가들도 처음으로 참여하면서, ACT 프로그램의 전국적 확산을 위한 첫걸음이 시작되었습니다.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던 돌봄자 지원 활동을 지역 중심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 숨겨진 돌봄자, ‘영 케어러’를 만나다
최근 발간한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중증장애 가정의 영케어러 지원 연구』에 따르면, 장애 가족을 돌보는 청년, ‘영 케어러(Young Carer)’의 상당수는 10대 후반부터 돌봄을 시작해 매일 일상적인 돌봄 노동에 노출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정책은 장애 아동을 둔 부모 중심으로 설계되어 ‘영 케어러’ 즉, 장애인 부모·조부모를 돌보는 청년이나 형제자매 돌봄자는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이번 워크숍에선 비장애 형제자매 돌봄자를 위한 ‘ACT for Caregivers’ 과정을 국내 최초로 개설하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족을 돌보는 이들 형제자매들은 학업이나 자기개발, 휴식 등의 시간을 가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관심에선 상대적으로 멀어지는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이러한 형제자매들을 위한 ‘ACT for Caregivers’ 과정의 개설은 심리적 회복과 자기 돌봄의 기회를 제공하는 매우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함께 나누는 돌봄, 함께 회복하는 사회로
참여자 중 한 분은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뿐 아니라, 같은 길을 걷는 보호자들과 마음을 나누는 힘을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재활병원의 ‘ACT for Caregivers’는 이제 단순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넘어, ‘돌봄을 함께 짊어지는 사회’를 만드는 변화의 시작점이 되고 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돌봄의 짐을 나누고 서로의 마음을 지탱하는 이 여정에 서울재활병원 그리고 엔젤스헤이븐도 함께 걸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