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랑’ 이해옥 단장과 은평재활원 거주인들
따뜻한 봄기운이 성큼 다가왔던 어느 주말, 은평재활원 이용인들과 봉사팀 ‘꿈이랑’이 삼청동의 미술관으로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2001년 엔젤스헤이븐과 처음 인연이 된 후 19년째 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꿈이랑.’ 오랜 기간 꾸준히 봉사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요? 이해옥 봉사단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꿈이랑’의 시작
초등학교 동창들과 고향인 은평구 지역에서 봉사하고 싶었어요. 사회복지시설을 알아보다 엔젤스헤이븐을 알게 되었습니다. 초기에는 천사원과 재활원 두 시설의 봉사단으로 운영되었지만, 기관의 요청에 따라 재활원 봉사만 진행하게 되었어요. 천사원은 우리 팀 외에도 봉사 수요가 많았거든요. 최근 봉사팀 구성원은 초등학교 동창들과 대학 출강 당시 만났던 제자들, 또 그 제자들의 자녀들에 단주(운영 중인 뜨개 공방) 회원들까지 다양합니다.ᄄᅠ
운영은 어떻게 하시나요?
봉사는 한 달에 한 번 야외에서 진행됩니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이용인분들의 운동량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봉사단원들의 차량으로 재활원 이용인들을 픽업하여 이동하죠. 초기에는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먼 곳까지 다녀왔었지만, 최근에는 시설과 멀지 않은 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이쯤 되니 한글박물관, 경찰박물관 등 서울 시내의 미술관, 박물관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예요. 운영비는 단원들이 월 1만 원씩 자발적으로 모으고 있고요.
왜 ‘꿈이랑’인가요?
봉사 초기, 천사원 거주 아동의 생일이었어요. 깜짝 파티를 해 주기 위해 케익에 촛불을 켜고 숙소로 몰래 들어가 생일축하송을 불러줬습니다. 초를 끄기 전 마지막으로 소원을 빌라고 하니 어두운 표정으로 담담하게 소원이 없다고 말하더라고요. 꿈이 뭐냐 물었더니 그런 것도 없 대요. 이후부터 엔젤스헤이븐의 아동과 장애인들이 꿈을 꿀 수 있게 도와주는 봉사를 하자는 뜻에서 ‘꿈이랑’이라는 단 명으로 활동했습니다. 순우리말로 ‘꿈을 일구는 밭’이라는 뜻도 있고 영어로 ‘With Dreams, 꿈과 함께.’라는 말도 되지요.
부담 없이 유쾌하게 19년!
장애인 대상의 봉사활동, 어렵지 않으세요?
좋고 싫음이 그대로 드러나고 관계를 계산하지 않는 순수한 모습에 봉사하면 할수록, 관계가 깊어질수록 만족도가 높아져요. 매번 달려와 안기며 반가움을 최대한으로 표현할 때 우리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가슴 벅찬 느낌이 듭니다. 가끔 토라져 간식을 먹지 않는 등 돌발 상황이 생기기도 하지만 무엇이 싫은지, 어떤 기분일지 이용인분들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면 어렵지 않아요. 꼭 이용인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할 때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봉사단이 꾸준히 지속되는 비결이 궁금해요.
항상 15~20명 정도의 봉사단원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지만, 그 누구도 봉사 참여를 강요하지 않아요. 매회 자발적으로 절반 정도의 인원이 참여합니다. 탈퇴하더라도 다시 들어오고 싶다면 언제든 환영이에요. 특별히 시간을 정해놓고 회의를 하지도 않고 봉사 프로그램도 생각이 나는 대로 결정하는 편입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허술해요. 하하.
그만큼 봉사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기 때문에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단장인 저부터 그렇고요. 또, 친구들과 오래 만났다고 해서 우리 이만 관계를 그만두자, 하지 않는 것처럼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재활원과 함께 하는 것이 저희에게 너무나 당연합니다. 마치 관성의 법칙처럼요.
장애인, 불쌍하지 않습니다
봉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장애인들을 우리가 도와줘야 할 불쌍한 친구들이라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에너지를 나누며 교류하다 보니 오히려 저희가 얻는 게 더 많았어요. 또, 흔히들 장애가 있으면 불행할 거로 생각하는데 전혀요. 사소한 것에 훨씬 더 기뻐하고 행복해합니다.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남들과 비교하고 경쟁할 정도로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음을 이들을 통해 항상 배워요.
저는 봉사 대신 ‘나눔’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이용인들과 봉사단원은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거든요. 우리가 이용인들에게 시설 밖 다양한 활동들을 나누면 이용인들은 우리에게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사랑과 믿음, 깨달음을 나누어 줍니다.
장애인을 대하는 것이 어려운 비장애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장애인이 유난히 어렵거나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장애인이 불편한 것을 조금 도와주면 됩니다. 비장애인도 힘든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도와 달라 요청하고 도와주잖아요. 딱 그 정도입니다.
엔젤스헤이븐은 ‘인연’입니다
봉사를 시작하고자 우연히 알게 된 곳이 엔젤스헤이븐입니다. 마침 그곳에서 장애인거주시설 은평재활원과 그 식구들을 만나게 되었고요. 또 봉사하기 위해 모인 ‘꿈이랑’의 단원들 이 모든 만남이 인연이라 생각해요. 앞으로 또 어떤 인연이 생길지 기대되는 마음으로 늘 그렇듯 꾸준히 봉사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유쾌하고 재밌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