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관의 ‘숨은 히어로’

장애인 복지관의 ‘숨은 히어로’

장애인 복지관의 ‘숨은 히어로’ 1080 1080 관리자

 

장애인 복지관의 ‘숨은 히어로’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한경희 선생님 인터뷰

 

‘장애인을 위해 일하는 사람’, 보통 사회복지사나 의료인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은 더 많고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장애인 복지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은평구 장애인 복지 유공자로 뽑히신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한경희 선생님도 그중 한 명입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한경희라고 합니다.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미화직을 맡고 있습니다. 복지관 전체가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복지 일자리 선생님들 관리도 함께 맡고 있어요.

 

Q. 복지 일자리 선생님들은 누구인가요?

A. 저희 기관에서 일하시는 장애인분들입니다. 지적 장애가 있거나, 몸이 약간 불편한 장애인분들이 함께 복지관 미화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것이 마냥 쉽지는 않습니다. 하실 수 있는 선에서 일을 하고 가시면 제가 나머지 작업을 해야 합니다. 복지 일자리 선생님들은 저만큼 꼼꼼하게 일할 수 없기 때문에 가끔은 힘들기도 합니다. 2017년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선생님들과 다투기도 했죠. 장애인분들과 소통하는 법을 몰라 난처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져 함께 일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Q. 2017년 처음 여기 오셨다고 했는데 어떻게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과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A. 저는 원래 세브란스 병원에서 꽤 오래 미화직으로 일했었습니다. 그 당시엔 일요일에도 일을 나가야 했는데, 갑자기 남편이 쓰러지고 동시에 큰아들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마침 지인을 통해 이 곳을 알게 되었고, 간병과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직장이라고 생각했기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이 저에게는 정말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30년 넘게 이 근처에 살면서 여기서 일하게 되기 전까지는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만큼 그때 제 삶엔 여유도, 관심도 없었던 거죠. 여기 와서 처음엔 놀랐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장애가 있고,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걸 그제야 실감했어요. 제 성격상 처음엔 장애인들의 행동이 너무 낯설고,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일하면서 어느 순간 장애인의 행동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저 자신을 보게 됐습니다. ‘아, 그럴 수 있지. 그분들에겐 그게 당연한 거구나. 그럴 수밖에 없는 거구나’ 하고요. 장애인분들의 상황과 특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저도 점점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장애인을 대하는 동료들을 보며 어떻게 저렇게까지 천사 같을 수 있을까, 경이로웠어요. 처음엔 동료들처럼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점점 동료들과 한마음이 되어가는 것을 느낍니다.

 

 

Q.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시작해 장애인 복지 유공자로까지 선정되신 한경희 선생님의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또 많이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고 여기서 일을 해오셨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처음에 저희 복지관에서 장애인 복지 유공자로 저를 추천했다고 했을 때 놀랐어요. 생전 입어본 적 없는 정장을 입고 상을 받으러 갔는데, 여기서 일하면서 굉장히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아들도 사회복지사로서 발달 장애인 돌봄 일을 하고 있는데, 일을 하다 보면 자기 마음이 정화된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이 떼를 쓰고 말을 안 들을 때 화나기도 하지만, 또 아이들이 자기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따르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풀리고. 그런 이야기를 같이 나누면서 저도 “뭐든지 자기가 한만큼 돌려받는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시설 이용자분들, 장애 당사자분들, 가족분들의 마음을 항상 생각하며 일을 합니다.

저는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남편이 떠난 후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기도 했어요. 약을 먹지 않으면 못 견딜 만큼 힘들었지만 일하면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일하러 나와 사람을 만나고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이 즐겁고 기쁩니다.

 

Q. 즐겁게 일하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그 마음가짐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있을까요?

A. 저는 이 일을 한지 아주 오래됐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해 이 일을 시작했어요.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사람들의 무시하는 시선은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젊은 여자가 웬 청소일을 하냐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습니다. 같은 미화직 동료들에게 깔끔을 떤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을 때는 큰 상처를 입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청소 일을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게 너무나 싫었습니다. “그냥 청소나 하는 사람”이 아니고, 청소 일도 엄연한 직업으로서 마땅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복지관에 와서 처음으로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무슨 선생님?”하곤 낯설고 쑥스러운 기분도 들었습니다. 아들에게 말했더니 엄마가 선생님이 됐다며 기뻐했고, 그 모습을 보니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사람들이 미화직을 보고 무시하는 경우도 많지만, 여기서는 저도 ‘선생님’으로 불리며 동등한 대우를 해주기 때문에 너무 좋습니다.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의 전경

 

Q. 선생님 같은 분들이 없으면 시설이 유지되지 어렵죠!

A. 그렇죠. 이곳은 금방 더러워져요.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하지 않겠지만, 이용시설은 사람들이 “누가 치워주겠지”라는 생각으로 함부로 더럽히곤 합니다. 그래도 저는 (청소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정년이 멀진 않았지만, 여기서 일해왔던 즐거움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전해주시고 싶은 말씀 있을까요?

A. 저희 시설에 더 큰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실 수록 우리 아이들, 이웃들이 더 안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복지 시설이 될 것 같습니다.

#hereIam
팔찌로
아이들 지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