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일, 가능성을 넘어 현실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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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의 일, 가능성을 넘어 현실이 되다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틈사이로’ 10주년 전시/ 장애인 일자리 사업 담당자 인터뷰

 

엔젤스헤이븐과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이 오랫동안 해온 고민이 있습니다.

“장애인의 예술활동이 정말 ‘일’이 될 수 있을까?”

그 고민의 답을 보여준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발달장애인 표현예술모임 ‘틈사이로’입니다.

 

지난 11월 17일부터 12월 7일까지, ‘틈사이로’의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전시 ‘마을곳곳 틈사이로, 갈현로 11길을 걷다가’가 열렸습니다. ‘틈사이로’는 2015년 표현예술 모임으로 시작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작품 활동을 통해 장애예술인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고, 장애인 역시도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동안 장애인 일자리는 단순 반복 업무가 주를 이루어, 발달장애인 개개인의 개성과 선호, 강점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은 “장애인이 좋아하는 일로, 강점을 살려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문화·예술 기반의 새로운 직무 개발을 꾸준히 시도해왔습니다. 그 결과, ‘틈사이로’ 작가들은 사회적기업 그리고 민간기업 취업에도 성공하며, 장애인의 예술활동이 직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해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2025년 10월, 보건복지부 주관 2025년 장애인일자리사업 우수 일자리 사례 공모 ‘최우수상’ 수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예술에 관심이 있는 발달 장애인들을 꾸준히 지원하며, 올해 미술 직무 참여자 8명 중 총 2명이 민간기업에 취업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대기업’에 취직하신 ‘틈사이로’의 공룡 작가 유승준님 인터뷰 보기🔎

장애인취업, 잘하는 일이 직업이 됩니다. : 네이버 블로그

 

이 결실의 중심에는 실제 현장에서 장애인의 성장을 곁에서 지원해온 실무자들이 있습니다. 엔젤스헤이븐은 이번 수상을 기념하며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구유진, 박연재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먼저 이번에 민간기업에 취업한 승준씨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최근 기업들에서 장애인의무고용률 달성을 위해 다양한 직무를 개발하며 장애인 미술작가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저희도 승준씨와 함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어요.

승준씨는 2015년부터 ‘틈사이로’에 참여했고,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서 ‘복지일자리 문화연계형 직무’로 근무하며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잘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승준씨는 보통 공룡이나 동물, 몬스터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작가이신데요, 이번에 취업한 기업에서는 더 다양한 주제를 요청해주셨기에 자연스럽게 새로운 표현과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기회도 생겼습니다. 협력 예술가 선생님께서도 그동안 사용해보지 않았던 도구나 기법들을 익히고 예술가로서의 역량을 넓힐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계십니다. 한 명의 발달장애인 창작자가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에서 함께 고민하고 지원하고 있다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의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요.

1) 복지일자리 문화연계형 직무 시도

장애인 일자리 사업(복지일자리)은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확대하고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사업이에요. 저희 복지관은 2007년부터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운영해왔습니다.

기존의 장애인 일자리는 장애인 분들의 소득보장, 직업경험의 기회보장 등을 위해 접근이 쉬운 환경미화, 급식지원 등 단순한 직무를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따라서 장애인의 개별적인 강점이나 특성을 반영하기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에 복지관은 2020년부터 발달 장애인의 예술적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문화연계형 직무’를 개발하는 것에 집중했어요. 환경조성으로 참여자들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인 ‘창작 공방’,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 틈’을 마련했고, 개인 작가의 성장을 위해 협력 예술가 정은혜 선생님과 함께 주 1회 직무 지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_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갤러리 틈

 

2) 장애인 일자리를 기반으로 민간일자리로 성장!

문화연계형 일자리로 취업하신 두 분 외에도, 민간일자리로 취업한 참여자 두 분이 더 계십니다. 저희는 ‘은평 일터 개발’을 통해 지역사회 사업체를 발굴하고 있는데요, 그 과정에서 한 분은 사회적 협동조합에 사무보조로, 또 한 분은 은평성모병원 건강검진센터 보조 업무로 취업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번에 민간일자리로 도전하신 분 중 한 분은 새로운 환경 적응,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분이에요. 그런데 저희와 계속 이야기 나누고 소통하며 안정감, 사회적 효능감을 많이 느끼셨다고 해요. 그 덕에 민간 일자리에 도전해보겠다고 용기를 내실 수 있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이번 우수 일자리 사례 수상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의 문화연계형 직무에 대해서 더 소개해주세요.

미술 작가뿐 아니라 피아노 직무랑 나레이션 같은 직무로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피아노 직무로 근무하는 분은 복지관의 루미에르 합창단(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합창단)의 반주자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관내 전시나 공연이 있을 때 오프닝 연주공연도 해주셔요. 지난 번엔 은평 수채화 커뮤니티에서 특별 공연의 연주자로 초청해주시기도 하셨어요. 저희 복지관 행사에서 연주하시는 걸 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요청하셨다고 합니다. 복지관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지역사회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어요.

나레이션 직무로 근무하는 분도 계십니다. 복지관에서는 시각장애인분들도 쉽게 접근하실 수 있도록 소식지를 영상으로 제공하는 ‘읽어주는 다다르다’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여기에서 목소리를 담당하고 계세요. 이 외에도 관내 행사, 지역사회에서 MC, 사회자, 나레이션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행사가 많은 연말에는 문화예술 직무 참여자분들이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분들이 빛날 수 있도록 지역사회 곳곳에서 기회를 찾고 있어요. 앞으로도 장애인분의 강점을 살려서 할 수 있는 직무를 계속 개발하려고 합니다. 중증장애인분들도 자신의 강점으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더 많은 분들이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 자립을 지원하는 다른 프로그램도 소개해주세요.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는 장애인분들의 자립을 위해 직업으로 ‘경제적, 사회적 힘’을 얻고, 주거로 ‘나의 독립된 집과 지역에서 살아가는 일상’을 만들며, 미래설계로 ‘자립할 수 있다는 희망을 구체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직업지원팀에서는 직업준비반을 운영합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참여자들은 스스로를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직업탐색과 직무훈련을 경험해요. 이 과정에서 내가 일하고 싶은 목적와 이유를 알 수 있고, 취업에 성공하기도 하며 경제적, 사회적 자립을 이뤄갑니다.

주거자립지원팀에서는 발달장애인 주거 지원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어요. 자립해서 혼자 살거나 자립을 준비하는 발달장애인 분들에게 개인별 지원 계획에 따라 주거·일상·사회참여 등 지역사회에서 즐겁게 살아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가족지원팀에서는 아이들의 미래를 부모님과 같이 설계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어요. 보호자분들이 생각했을 때는 아이들의 성장은 너무 까마득하고 먼 미래처럼 느껴지실 수도 있어요.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차근차근 준비해 가면서 부모님들의 불안도도 낮추고, 자녀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실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아이들의 강점을 발견하고 미래에 이 강점을 어떻게 살릴지 함께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어느 한 팀이 단독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관 모든 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장애인의 자립’을 지속적으로 고민하며 비전을 세우고 실천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장애인의 자립과 자아 실현을 위해서 복지관이 굉장히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분들이 지역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각자가 하고 싶은 것, 강점이 무엇인지 잘 파악하고, 그것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환경과 구조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죠.

모든 장애인이 ‘보통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에 복지 일자리 참여자 한 분께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장애인이라고 하면 부를 때 이름을 부르지 않고 ‘발달장애인’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시며, ‘장애’에 얽매이지 않고 ‘나’로 불리고 싶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될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자신의 강점을 삶의 기반으로 만드는 일은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보통의 삶’입니다.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이 만들어가고 있는 변화는 장애인 역시 보통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예술활동이 직업이 되고, 강점이 자립으로 이어지는 과정, 이를 실제 취업 성과로 증명해낸 것은 장애인 일자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엔젤스헤이븐과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은 앞으로도 장애인이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고, 자신의 재능으로 일하며, 지역사회에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만들고 확장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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