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돌볼 수 있어요, 저희와 함께 한다면요.”
다움장애아동지원센터 노성자 선생님 인터뷰
장애인이 지역사회의 주인공이 되었던 은평봄봄축제, 축제의 주역에는 은평구 장애인 복지 유공자도 있었습니다. 엔젤스헤이븐은 유공자 표창을 받은 다움장애아동지원센터 생활재활교사 노성자 선생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며 긴 시간 헌신해 주신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돌봄’의 진짜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Q.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A. 네, 안녕하세요. 노성자라고 합니다. 저는 생활재활교사로서 ‘기쁨하이츠’에서 생활하고 있는 발달장애아동의 ‘보통의 삶’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일상 돌봄, 학교 상담, 여가생활 지원 등 아이들의 생활 전반을 함께하며 필요한 것을 찾고 계획하기도 합니다. 1년에 한 번씩 사례 담당자와 생활재활교사들이 전부 모여 아이들 개개인 특성과 발달에 맞춘 계획을 세우고 실천합니다.
Q.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되셨는지 계기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다움장애아동지원센터에서만 9년을 근무하셨는데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A. 지인이 먼저 이곳을 알고 있어서, 아이들 물놀이 갈 때 도울 사람을 모집하는데 같이 참가해볼 생각 없냐고 묻더라고요. 저는 원래 사회복지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을 했었고, 중간에 경력이 단절되기도 해 새로 일을 구하고 있었어요. 처음엔 의사소통이 어렵진 않을까, 생소한 일을 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아이들을 만나고 함께 교감하다 보니 여기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춘기가 오면 자기 주장이 강해져 서로 이해시켜야 하는 일도 많아지고요. 그렇게 몸으로 부딪치는 시간을 보내면서 정이 들다 보니 점점 더 아이들이 예쁘게 느껴졌어요. 일하면서 사람을 상대하고 돌보는 일이 저에게 잘 맞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Q. 아이들과 어울려 지내는 건 힘들 때도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일하시면서 고충이나 힘들었던 특별한 사건이 있으셨을까요?
A. 아이들 때문에 힘든 적은 전혀 없고, 코로나 시기에 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학교도 갈 수 없고, 센터 안에서만 생활해야 하니 아이들이 많이 답답해했습니다. 코로나 감염으로 아픈 아이들도 생기고, 원내 감염을 막기 위해 코로나 검사를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한 거주실에 여러 명이 생활을 하다 보니 검사를 자주했는데 어른들도 힘들어하는 검사를 정기적으로 해야 하니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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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생활 공간
Q. 선생님 같은 분이 헌신적으로 일해주셨기 때문에 무사히 저희가 코로나 시기를 넘어온 것 같습니다. 힘든 시간도 넘어올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A. 아이들 그 자체가 힘이 됩니다. 지금 돌보는 아이들 중에 초등학생들이 있는데 같이 있다 보면 저도 초등학생이 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같이 노래하자고 하기도 하고, 춤추자고 하기도 하고, 저도 그런 걸 좋아하거든요. 아이들이랑 친구처럼 지내고, 같은 시선에서 교감하고 그럴 때 참 좋습니다. 아이들이 말을 안 들을 때도 종종 있지만, 그래도 역시 예쁠 때가 더 많습니다.
가장 성취감을 느낄 때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걸 지켜볼 때인 거 같아요. 아이들이 두드러지게 무언가를 잘해서 기쁘다기보단 정말 집에서 엄마가 아이들을 키우는 것처럼, 아이들이 그저 하루하루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뿌듯해요. 사고로 휠체어를 타던 친구가 걷게 될 때, 매번 학교를 데려다 주어야 했던 아이가 학교는 물론 학원까지 혼자 다닐 수 있게 될 때, 밥을 잘 먹지 않아 애태우던 아이가 밥을 잘 먹게 될 때, 줄넘기를 하나도 못하던 아이가 부단한 연습 끝에 성공할 때,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아이들 칭찬을 들을 때도요. 옆에서 지켜볼 뿐이지만 마치 제가 하지 못했던 걸 해낸 것 같은 느낌까지 듭니다.
Q. 정말 가족처럼 아이들을 돌보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A. 센터의 모든 사람이 함께 아이들을 돌보기 때문에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저희 센터에는 경력이 오래된 선생님들이 많아 노하우들도 많고, 배우는 일이 많습니다. 서로 또 잘 도와주고 협력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잘 돌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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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게 함께 일해온 센터에서 ‘모범종사자’로 노성자 선생님을 추천했다는 건, 그만큼 선생님의 헌신과 노력이 특별하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긴 시간 아이들을 위해 일 해오시면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셨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 고정관념을 가지고 판단하곤 하는데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라고 뭉뚱그려 접근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 한 명, 한 명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 현장에서 직접 아이들과 만나고 함께 생활하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장애 아동’ 쪽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대단하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런데 저는 제 일을 관심을 갖고, 하고자 하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는 일은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고 그 아이들의 필요를 찾고, 지역사회의 자원들을 연계하고, 또 어떤 지원들이 필요한지 토론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성인이 되어 독립하여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니지만, 그렇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저희 아이들과 기관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저희를 후원하고 도와주시는 분들께도 감사합니다. 후원이나 자원봉사라는 게 그냥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아이들을 생각하는 진심, 사랑이 필요하다는 걸 압니다. 항상 그분들께 은혜와 축복이 함께 있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겐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기고 싶어요. 여기서 자라 자립지원주택으로 나가는 아이들도 있고, 누야 하우스에 취업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자립해 나간 아이들은 명절 같은 날 찾아오기도 하고 저희가 초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립한 아이들이 장애가 있다고 무료하게 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활기차게 살 수 있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