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늦으리, 누군가는 마중물이 되어야 합니다.”
가이오국수 강철 대표님 인터뷰 (1)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가을 저녁, 엔젤스헤이븐은 ‘가이오국수’의 대표님이신 강철 후원자님을 만났습니다. 은평구 맛집으로 유명했던 ‘가이오국수’는 어느덧 그 유명세가 점점 퍼져나가 서울뿐만 아니라 대구, 청주에도 지점이 생길 만큼 유명한 프랜차이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새로 생길 분점 때문에 하루 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강철 후원자님은 바쁜 와중에도 잠시 틈을 내어 엔젤스헤이븐에게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강철 후원자님과 아동푸른센터의 특별한 인연, ‘가이오 삼촌 데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드립니다.
Q.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글쎄요. 자기소개를 누굴 향해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우리 아이들을 향한 거라면 그냥 소소하게 아이들을 사랑하는 ‘가이오 삼촌’? 가이오 삼촌이라고 하면 될 것 같아요. 삼촌 하면 친근하잖아요.
Q. 엔젤스헤이븐의 정기 후원자이시자 ‘엔젤스 나눔가게’의 사장님이시기도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봉사와 나눔을 이어오고 계신데, 후원자님이 가지신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하는 강한 의지’는 어디서 비롯되었을까요?
어머니의 사랑 덕분이죠. 어머니가 어렸을 때부터 가르쳐 주셨어요.
초등학교 때 수요일마다 아이들끼리 예배를 드렸어요. 옆집에 목사님 딸들이 있었는데, 저희 형제랑 다 같이 모여서 어른들을 흉내 내며 소꿉놀이 하듯 예배를 드린 거죠. 그러면 부모님들이 헌금을 내라고 천 원, 이천 원씩 주셨어요. 그 돈으로 예배 때 하는 것처럼 똑같이 헌금을 모았어요. 그런데 모인 헌금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어머니께 물었더니 “그 헌금은 너희들이 쓰는 게 아니라, 가난한 사람을 돕는 데 쓰는 거야.” 이렇게 알려주시더라고요. 마침, 동네에 쓰레기를 주우면서 생활하시는 할머니가 떠올랐고, 그 분께 드리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께선 돈으로 직접 드리기보다는 겨울이니 목도리를 해드리면 어떻겠냐고 말씀해 주셔서 그렇게 하기로 했죠.
목도리를 사기 위해 동생 둘을 데리고 백화점을 갔습니다. 버스로 한 정류장 스무 개 정도 나간 것 같아요. 할머니께 드릴 목도리랑 장갑을 사고 나서는 돈이 어떻게 딱 들어맞아서 차비만 남았었습니다. 돈도 다 썼고, 집에서 부모님이 기다리시니 얼른 돌아가야 하는데 하필 버스 정류장 옆에 불쌍한 할머니가 계시더라고요. 근데 예전에 어머니가 하셨던 말씀이 떠오른 거예요. “얘들아, 만약에 주머니에 돈이 차비밖에 없는데 도움이 필요한 할머니를 발견했어.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할머니를 도와. 너희는 건강하니까 걸어와도 돼.” 그렇게 가르치셨는데, 하필 딱 그 상황이었던 거예요. 할머니께 차비를 전부 드리고 동생들과 같이 집까지 걸어갔습니다. 거의 한 2시간을 걸어간 것 같아요. 하늘이 다 깜깜해진 시간에나 집에 들어갔습니다. 처음에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혼났죠. 그런데 제가 “전에 엄마가 말씀해 주신 대로 차비밖에 안 남았는데, 버스 정류장 근처에 불쌍한 할머니가 아무것도 못 드신 것 같아서 차비 다 드리고 걸어왔어요.” 하니까 그때부터 혼내시지 않고 칭찬을 해주시더라고요.
그게 제 삶을 바꿔 놨어요. 기부라는 게 이런 거구나. 걸어가는 그 두 시간이 힘들지가 않았어요. 그냥 나에게 남은 걸 주는 게 아니라, 때로는 내가 손해 입을 수 있지만, 내 것을 나누어 줬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이 뿌듯함! 이건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것 같아요. 저는 그 추억으로 지금까지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늘 남의 집을 전전하면서 살았고, 가난이 너무 익숙했어요. 저는 가난에 익숙했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의 애환을 잘 알아요. 없는 것의 서러움도요. 그러다 보니까 제가 이제 조금 넉넉해지고, 가진 게 생기다 보니까 그 사람들이 눈에 더 들어왔습니다. 그 사람들한테 뭐가 필요하고, 어떤 때 뭘 줘야 가장 좋은 건지, 그 사람에게 어떤 것을 주어야 그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돈을 모으기보단, 생기는 대로 기부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주변에서는 “어리석다.”, “네 형편을 먼저 생각해라.” 이런 식으로 말하기도 해요. 지금까지 기부한 걸 다 모으면 벌써 빚 같은 건 다 갚고, 소소하게 아파트에서 잘 살고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 같은 이런 행복한 미소를 가질 수 없었을 거예요. 저는 기부를 하면서 많은 사랑을 얻었어요. 많은 사람도 얻고, 그 안에 사랑도 얻었어요.
Q. 체인점들에 로열티를 받지 않고 대신 수입 일부를 기부하도록 하는 것도 후원자님의 남다른 ‘기부 철학’이 느껴집니다.
사실 체인점들에게 사업비를 받고 제가 기부해도 되고, 체인점들 이름으로 제가 직접 기부해도 됩니다. 근데 그렇게 하면 영광은 누구에게 가죠? 저에게 오는 거죠. 저는 그들에게 스스로 기부를 하는 경험을 주고 싶었습니다.
독수리가 날 수 있도록 가르치는 방법이 뭔지 아시나요? 절벽에서 그냥 밀어버리는 겁니다. 매몰차 보이긴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절대 날 수가 없다고 해요. 크면서 몸무게가 점점 늘어나니까, 날 수 있을 때 날지 못하면 그 이후엔 날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이야기를 보고 교육은 때로는 독려하면서 하는 것보다는 과감한 실천과 경험을 통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체인점주들에게도 기부를 그렇게 가르쳐드린 거죠. 로열티 대신 그 돈을 기부하라는 게 아니라 “너희들이 기부하겠다면 로열티를 내가 포기할게.” 원래 뜻은 그거예요. 로열티를 기부로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부하기를 직접 선택한다면 저도 로열티를 포기하겠다는 거죠. “나는 기부가 삶인 사람이에요. 당신(체인점주)도 기부할 수 있겠어요?” 그분들이 기부하겠다고 하면 저는 로열티를 받지 않는 겁니다. 로열티를 받지 않겠다는 건 그들이 행한 기부 경험에 대한 칭찬이에요.
누군가는 마중물이 돼야 합니다. 그 마중물이 우선 내가 되겠다는 거였어요. 하지만 언젠가 제가 아닌 누군가 또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되잖아요. 저에게도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한이라는 게 있고, 내 인생의 끝이라는 게 올 테니까요. 다음 주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계속 ‘전염’을 시켜야 해요. 그래서 우선 내 프랜차이즈를 통해서 ‘전염’을 시작한 거죠.
Q. 후원자님의 주변 분들은 이런 봉사와 나눔 활동에 대해 어떤 말씀을 해주시나요?
사실 안타깝게 생각하는 눈빛들이 많습니다. 본인 빚부터 빨리 갚고 나서 하라는 말들도 많아요. 친구들이 이렇게 말하기도 해요. “장사 잘돼서 체인점까지 이렇게 늘어났는데, 네 형편은 왜 제자리야?” 친구들이 바라보는 저는 그냥 멈춰 있다는 거예요.
1990년대 ‘내일은 늦으리’라고 ‘서태지와 아이들’부터 그때 유명했던 그런 가수들이 다 모여서 환경 오염에 대해서 깨우치는 앨범을 만들었어요. 말 그대로 “내일은 늦으리. 오늘 실천해야 한다. 내일 하자 하면, 내일은 늦는다.” 이런 내용이에요. 저도 똑같아요. 내일은 늦어요. 내일은 하나님이 내 눈을 뜨게 해주셔야 기회가 생기는 거죠. 오늘은 좀 힘드니까 내일 기부하자, 오늘은 좀 주머니 사정이 안 좋으니까 내일 좀 많이 하자, 그러면 늦어요. 이렇게 과감하게 내가 기부에 힘쓸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해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저는 그것만 해도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고 가치를 느껴요.
강철 후원자님은 벌써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엔젤스헤이븐과 함께하며 매번 진심 어린 봉사와 마음을 전달해 주고 계십니다. 강철 후원자님과 아동푸른센터의 특별한 인연, ‘가이오 삼촌 데이’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다음 게시물, 인터뷰 2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