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어요”

“나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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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어요”

은평자립준비청년청 특수욕구 자립준비청년 맞춤형 일경험 지원사업

 

지난 4월 말, 엔젤스헤이븐은 동국제약과 특별한 만남을 가졌습니다. 동국제약은 이날 ‘특수욕구 자립준비청년 일경험 지원’을 위한 후원금을 엔젤스헤이븐에 전달했습니다. 동국제약은 지속적으로 자립준비청년들을 돕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고, 엔젤스헤이븐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욕구 자립준비청년’을 도울 수 있도록 제안했습니다. 이 만남은 어떤 변화를 불러왔을까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욕구 자립준비청년’

동국제약이 전달한 후원금은 엔젤스헤이븐이 위탁 운영 중인 은평자립준비청년청의 맞춤형 일경험 지원사업 ‘스타트-업(業)’에 사용되었습니다. 해당 사업은 발달장애, ADHD, 경계선지능, 고립·은둔 등 특수욕구를 가진 자립준비청년들이 더 안정적으로 사회에 진입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지난 4월에 시작되었습니다.

보건복지부 ‘2024년 아동생활시설 특수욕구아동 보호 현황 조사’에 따르면 아동생활시설에서 지내는 아동 중 41.9%(4986명)가 ADHD, 경계선 지능, 지적 장애 등을 판정 받았다고 합니다. 부모의 돌봄과 지원이 부족한 시설 아동들에게는 더욱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이기도 합니다.

엔젤스헤이븐에는 이미 이런 아이들을 위한 전문적 지원 체계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은평자립준비청년청 사례관리 대상자 중 약 16%는 특수욕구 청년입니다. 이에 따라 은평자립준비청년청은 서울청년센터 은평, 은평구립직업재활센터, 내를건너숲으로도서관, 서울특별시꿈나무마을 책놀이방 등 지역 내 4개 기관과 협력해 청년 개개인의 특성과 욕구에 맞춘 맞춤형 일경험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청년들은 각 기관에서 도서관 업무, 행정 보조, 북카페 운영, 장애인생산품 납품 보조 등의 다양한 직무를 체험하고, 1:1 직업준비교육과 인턴십도 수료하게 됩니다.

 

특수욕구 자립준비청년들은 어떤 사람인가요?

특수욕구를 가진 청년들은 남들은 쉽게 해내는 것을 해낼 수 없다는 자괴감, 반복된 실수나 인간 관계 부적응 등으로 움츠러들기도 합니다. 가족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자립준비청년들은 도움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다른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에 특수욕구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엔젤스헤이븐은 맞춤형 일경험이 청년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스타트-업(業)’ 사업에 참가하고 있는 청년 세 명을 만나보았습니다. 실제 만나본 특수욕구 자립준비청년들에게는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강한 책임감 그리고 다시 집 밖으로 나가고자 하는 뜨거운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청년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함께 만나볼까요?

 

나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저는 우울증이 굉장히 심해, 무기력한 생활을 했었습니다. 규칙적인 생활이 어려웠고, 우울증이라는 이유로 무슨 일을 해도 금방 그만두곤 했습니다. 그 때문에 주변에서는 “이번에도 오래 못 버티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출근 시간보다 일찍 출근해서 준비하고, 열심히 한다고 칭찬도 많이 받았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뿌듯함도 생기고 자존감도 많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현재 저는 내를건너숲으로도서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읽은 책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 일, 책 분류를 위한 스티커를 붙이는 일 등 도서관에서 필요로 하는 여러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일에 집중하는 순간에는 부정적인 생각, 안 좋았던 기억들에서 벗어날 수 있어 우울감 극복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20년을 살며 성취감이라는 걸 처음 경험해 본 것 같습니다. 이번 일을 꾸준히, 성실하게 해낸다면 다른 일들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듭니다. 사업 참여 이전에는 ‘과연 무기력하고 나태한 내 자신이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근심이 있었는데 실제로 일을 해보니 ‘나도 남들처럼 일을 할 수 있구나. 나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밖으로 나와보니, 내가 달라졌어요

 

 

집에만 있었을 때는 주변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제 눈빛이 죽어 있는 것 같다는 말도 들었죠. 이젠 아침부터 부지런히 일한 덕분에 밤에 드는 쓸데없는 생각과 나쁜 기억에 휩쓸리지 않고 잘 잠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요즘에는 제가 많이 활기차진 것 같다며 생기가 돈다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일을 하며 깨달은 것은, 저는 바깥 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사서 선생님, 도서관 이용자분들과 부딪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 잘 쓰지 않던 근육을 쓰며 몸을 움직이는 일이 제 삶에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일터에서의 활동이 오히려 공부할 때 집중력까지 높여주었고, 덕분에 저는 지금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의 경험은 단순히 ‘일’을 넘어, 미래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직접 돈을 벌어 생활하는 경험,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법, 협업과 책임감을 배우는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습니다. 도서관 업무가 저에게 잘 맞는다는 것도 이곳에서 알게 된 중요한 사실입니다. 현재는 공대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지만, 아직 진로는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지금처럼 작은 경험을 하나씩 쌓아가며 천천히 진로를 탐색하고 싶습니다.

 

내 이름 앞에 ‘바리스타’라는 자신감

 

 

저는 원래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바리스타가 되고 싶어 학원에 다니고, 호텔외식조리과에 진학해 공부도 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학업을 이어가진 못했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커피를 내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늘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요즘 카페 아르바이트는 경력자를 선호해 신입이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자리가 드뭅니다. 서울특별시꿈나무마을 책놀이방 이 곳 북카페에서 일하면서 바리스타 경력을 쌓을 수 있어 기쁩니다.

일하면서 저는 ‘책임감’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예전에는 조금만 아파도 ‘오늘은 그냥 쉬자’는 생각이 많았지만, 지금은 ‘내가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제가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칭찬도 ‘자기관리’입니다. 전에는 집에만 있다 보니 씻는 것조차 귀찮았고, 생활도 무척 불규칙했는데, 지금은 청결에 더 신경 쓰고, 옷차림도 단정히 갖춥니다.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한테도 ‘바리스타’로서 인정받는 게 자존감 회복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학교도 못 다니고, 아르바이트 자리는 번번이 떨어지고, 자신감이 바닥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회인’으로 인정받는 기분이 듭니다.

여기서 일을 하게 해준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은둔이나 고립 상황에 처한 친구들에게 도전을 하란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시작하면 해낼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저도 그렇게 해내고 있으니까요.

#hereI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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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지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