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같은 만남
은평천사원과 미앤코리아의 특별한 동행
엔젤스헤이븐의 은평천사원은 1959년 전쟁고아를 돌보기 위해 시작되어, 그 긴 역사만큼이나 천사원을 거쳐 간 봉사자의 수도 어마어마 합니다. 그 긴 역사 속에서도 특히 소중한 인연이 있습니다. 바로 해외 입양인을 돕는 비영리단체 미앤코리아(Me&Korea)와의 인연입니다.
미앤코리아와 은평천사원의 만남
미앤코리아는 해외로 입양된 한국 입양인들을 돕는 비영리단체입니다. 입양인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켜갈 수 있도록 한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기도 하고 번역이나 친가족 찾기, 한국 방문 등을 지원해왔습니다. 특히 매년 여름 열리는 ‘모자이크 투어’는 전 세계 입양인들이 한국을 방문해 자신의 뿌리를 찾고, 문화와 역사를 배우며, 어린 시절 머물렀던 시설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는 특별한 행사입니다.
이 투어를 통해 2016년, 은평천사원과 미앤코리아가 처음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곳에서 봉사활동을 해왔지만 천사원 아이들의 맑은 미소가 유독 더 마음에 남았다는 미앤코리아 입양인분들은 그 후 매년 천사원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생일 선물과 케이크, 크리스마스 선물과 근사한 식사, 미국 방문 시 홈스테이 제공, 장학금 기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달해 주고 계십니다. 매년 5월에는 천사원에 직접 방문하여 아이들을 위한 즐거운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하기도 합니다.
파주 ‘엄마품동산’으로의 초대
올해 5월도 어김없이 천사원을 방문했던 미앤코리아가 6월엔 반대로 아이들을 파주 ‘엄마품동산’으로 초대했습니다. ‘엄마품동산’은 미앤코리아와 파주시가 손잡고 2017년부터 조성에 나서 올해 완공되었습니다. 미군 기지였던 캠프하우스 부지에 조성되었고, ‘해외입양인들을 위한 기억과 치유의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해외입양인 750명의 이름표가 걸린 ‘기억의 벽’, 해외 입양인 900명의 사진과 사연이 전시된 ‘평화기념관’, 입양인 작가들이 그린 벽화 ‘블로섬’(bLOSSom)까지, 이곳은 입양인들의 삶과 기억이 담긴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천사원 아이들을 초대된 곳은 ‘2025 한국 입양인 평화 대축제’의 비공식 전야제 행사였습니다. 미앤코리아 입양 가족 150여 명과 파주 시민 70여 명, 그리고 은평천사원의 아이들이 함께하는 큰 행사였습니다. 한 달 만에 다시 만난 선생님들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언어가 달라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표정과 몸짓으로 반가움을 부지런히 표현하는 아이들 덕분에 미앤코리아 입양인분들도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엄마품동산’은 아이들을 흐뭇한 웃음으로 바라보는 따뜻한 어른들의 마음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70년이 지나도, 여전히 남아 있는 우리의 과제
‘엄마품동산’이 위치한 파주는 한국전쟁 이후 부모를 잃은 아이들, 그리고 미군 기지촌에서 태어나 해외로 입양을 떠나야 했던 아이들의 역사가 남아 있는 곳입니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지금까지 입양으로 새 가정을 찾은 아동은 약 25만 명에 달합니다. 최근 입양 건수는 줄고 있지만, 2024년에도 212명의 아이들이 입양으로 새 가족을 만났습니다. 1980년대 중반까지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외 입양아를 보낸 나라였고,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2020년에도 한국의 입양 규모는 세계 3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의 보호대상아동 통계를 보면,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아이들은 국가와 지역사회 그리고 이웃의 돌봄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24년 한 해만 하더라도 1,978명의 아동이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는 보호대상아동으로 집계되었습니다. 과거 전쟁의 상흔으로 시작된 아동 보호가 이제는 학대, 빈곤, 부모의 사망이나 이혼, 질병 등 다양한 이유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숫자 속에 담긴 의미는 분명합니다. 7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의 곁에는 보호와 사랑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서로의 모습을 비추는 만남
은평천사원 아이들과 해외 입양인들의 만남은 그 자체로 특별합니다. 입양인들은 아이들에게서 어린 시절의 자신을 발견하고, 아이들은 입양인 선생님들의 모습 속에서 미래의 희망을 봅니다. 서로의 삶을 비추어 보는 이 시간은 아이들에게는 위로와 용기를, 입양인들에게는 보람과 자긍심을 안겨주었습니다. 천사원 아이들이 밝은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미앤코리아의 따뜻한 마음이 오래도록 곁에서 함께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