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간다는 건, 이렇게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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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간다는 건, 이렇게 시작됩니다

아름드리꿈터의 특별한 성금 이야기

 

3월 말,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쉽게 꺼지지 않았고 경북을 온통 화마로 뒤덮은 끝에 진화되었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고, 농지와 가축, 야생동물들의 피해도 막대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들의 마음엔 깊은 슬픔이 번졌고, 그만큼 수많은 도움의 손길이 보태졌습니다.

 

우리도 도울 수 있어요!”

노원구에 위치한 성인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센터 ‘아름드리꿈터’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더했습니다. 산불 피해 소식을 접하고 아름드리꿈터 이용자분들이 먼저 “우리도 돕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직원들과 봉사자들, 이용자분들이 함께 머리를 맞댔고, 그렇게 아름드리꿈터만의 특별한 성금 마련 아이디어가 탄생했습니다.

 

다육이 화분, 그 안에 담긴 마음

아름드리꿈터에서는 평소 원예 활동을 함께 해오며 다육식물을 열심히 키워왔습니다. 이 다육식물을 판매해 성금을 마련하자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탄생했고, 센터 인근 주민센터 앞에 작은 판매대를 설치했습니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나가는 이웃들에게 산불 소식을 전하고 왜 화분을 팔게 되었는지를 설명했습니다. 처음엔 어리둥절해하던 주민분들도 아름드리꿈터 이용자분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결과는 완판! “좋은 일에 함께하고 싶다”며 남은 화분을 전부 구매해 간 통 큰 주민분 덕에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판매를 종료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누군가를 돕기 위한 아이디어를 직접 내고 실천했다는 뿌듯함에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돕는다는 것의 진짜 의미

아름드리꿈터의 장애인분들은 평소에도 “돕는 기쁨”을 삶 속에서 실천합니다. 직원들을 마주치면 먼저 달려가 문을 열어주기도 하고, 두 손에 무거운 짐이 있을 때면 냉큼 달려와 들어주기도 합니다. 점심시간 반찬 나누는 일도, 그릇 정리하는 일도 서로 돕느라 바쁩니다. 산불 피해를 뉴스로 접한 후 먼저 돕겠다고 말한 것도 ‘돕는다’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따뜻한 경험인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름드리꿈터는 보호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삶’을 지원하는 공간입니다. 발달장애인을 단지 보호해야 할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역량을 발휘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이곳의 목표입니다. 이번 성금 활동 또한 타인을 돕고자 하는 이용자분들의 의지를 바탕으로, 센터가 함께 조력한 결과입니다. 그렇기에 아름드리꿈터에 모인 이들은, 아마도 ‘돕는다는 것’의 의미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산불이 드러낸 두 개의 현실

한편, 이번 산불로 장애인들이 ‘대피 사각지대’에 놓였었다는 보도가 여러 차례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인명피해는 고령자, 장애인, 환자 등에 집중되었습니다. 청력이나 시력이 약한 이들은 재난 문자나 방송을 인지하기 어려웠고, 대피 시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도와줄 인력이나 교통수단도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흔히 발달장애인이 사회에 ‘어울리기 어렵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것이 사실인지, 혹은 사회가 ‘함께 살아가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아름드리꿈터에선 많은 사람들이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여겨온 발달장애인들이 먼저 도움을 제안했습니다. 그들의 모습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산불 속에 대피하지 못하고 덩그러니 남아있던 장애인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기도 했습니다. 2021년 보건복지부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공공 및 민간 부문 2,194개 기관 중 57.6%가 장애인을 위한 재난 대응 및 대피 계획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대비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진정한 ‘공존’은 무엇을 통해 완성될 수 있을까요? 장애인들이 주체가 되어 연대와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의 구조는 과연 그러한 주체성을 충분히 담아낼 준비가 되어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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